미키 17 솔직 후기 봉준호와 로버트 패틴슨의 1700억 SF 블랙 코미디

미키 17 솔직 후기 마음껏 발산해 봅니다.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요소도 있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기생충에서 보여줬던 사회적 메시지와 특유의 유머 코드가 SF라는 장르와 결합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 듯합니다.

인간은 소모품인가?

영화의 핵심 주제는 ‘인간이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던 인물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정체조차 모르는 극한직업, ‘익스펜더블(Expendable)’에 지원하게 되고, 미지의 얼음 행성 개척 임무를 맡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직업의 실체는 상상을 초월하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키는 단순한 개척자가 아니라, 죽어도 다시 프린트되어 재탄생하는 ‘복제 인간’입니다.

이 때문에 그는 실험용 쥐처럼 혹독한 환경에서 소모품처럼 쓰이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야말로 극한직업을 넘어 노예 그 이상의 초극한직업인 셈이죠.

그러던 어느 순간, 17번째 복제본 미키가 예기치 못한 사태에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한층 더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이런 설정은 철학적으로도 깊은 질문을 던지는데요. 인간의 정체성은 어디서 비롯되며, 한 개인의 죽음이 무의미해진다면 ‘나’라는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블랙 코미디적 감각으로 풀어냅니다. 영화는 마치 관객에게 “진정해! 이건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만은 아니야. 즐기면서 작품의 주제와 연출 의도를 맞춰보세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한마디로, 이 설정 자체는 현대 사회의 노동 문제와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우회적으로 다루면서도, 동화나 이솝우화처럼 SF적 형식을 빌려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영화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마치 과거 유행했던 “난 나야!”라는 유행어처럼, 영화는 “나는 과연 진짜 나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비록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닌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고민하며 연출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봉준호 감독의 블랙 코미디적 연출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SF 장르는 대중적으로 환영받는 분야가 아닙니다.

물론 해외에서는 인터스텔라그래비티 같은 SF 영화들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SF 영화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죠.

그런 가운데 봉준호 감독은 외국 자본의 힘을 빌려 미키17을 제작했습니다. 무려 1억 1,800만 달러(약 1,700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하니,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프로젝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의 자본이 들어간 작품이 감독의 의도대로 100% 제작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이기에 나름의 색깔을 충분히 녹여낼 수 있었겠죠.

특히 SF 영화에서 블랙 코미디적인 연출을 시도한 것은 색다르고 도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이 과연 이를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곳곳에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가 숨어 있었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꾸준히 등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미키와 그의 복제본이 벌이는 신경전입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도 언론 인터뷰에서 복제본과의 연출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VFX CG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촬영 당시에는 꽤나 머리가 아팠을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연출력과 SF 장르가 결합하면서, 미키17은 기존의 SF 영화들과는 다른 개성을 갖춘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비주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다!

미키17의 비주얼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헐리우드의 최첨단 기술력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면서, 얼음 행성 니플하임의 차갑고 황량한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니플하임이라는 이름은 북유럽 신화에서 따온 것으로, 영화 속 풍경은 마치 지구의 남극이나 북극을 재해석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외계 행성에 다녀온 사람은 없으니, 가장 가까운 이미지인 극지방의 분위기를 업그레이드한 듯한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주얼은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보여준 우주적 감성과는 또 다른 차원의 현실적인 매력을 풍기는것 같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단순한 SF 비주얼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공상과학적 요소를 현실감 있게 활용했습니다.

CG도 절제된 느낌이었으며, 특히 외계 생명체의 표현에 더욱 신경을 쓴 듯 보였습니다.

영화를 함께 본 지인은 외계 생명체의 CG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평범했다고 말했지만, 워너 브라더스의 전형적인 헐리우드급 CG 퀄리티를 유지한 만큼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소품과 장비, 우주선 내부의 구조도 기존 SF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신비롭고, 마치 동네 앞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 같은 이질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공간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공간 디자인으로 드러낸 계급 구조

특히 주목할 점은 세트 디자인을 통해 계급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입니다. 이는 설국열차에서 서민칸과 상류칸을 대비했던 방식과도 연결되는데요.

이번 미키17에서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크루엘라 등의 미술을 담당했던 피오나 크롬비 미술감독과 협업해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 독재자 마셜 부부의 공간분홍색, 모피, 페르시아 양탄자상류층이 누릴 법한 고급스러운 색감과 질감으로 꾸며졌습니다.
  • 반면, 미키와 나샤가 거주하는 공간회색 톤의 어둡고 칙칙한 느낌으로 상대적인 묘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러한 극명한 시각적 대비를 통해, 관객들은 공간만 보더라도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위치와 계급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 기생충에 이어 이번 미키17에서도 계급 구조를 활용한 연출을 선보이며,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본, 권력, 계급과 같은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문제를 SF 장르를 통해 은유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제작비 2,100억 원이 투입된 헐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닌, 시대를 반영하는 거대한 서사로 기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전 기생충, 옥자, 살인의 추억 같이 한국적 정서에 익숙한 관객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도전!

미키17을 본 친구들과 지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가 정말 독보적이었다!”

이전 더 배트맨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 연기를 선보였는데요.

미키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인물이 아닙니다. 때로는 보살핌이 필요한 남동생 같고, 찌질한 모습도 보이며, 순수하면서도 때론 정열적인 면모까지 갖춘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패틴슨은 이러한 다양한 감정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미키의 정체성과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자신과 동일한 복제본을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그는 그 장면에서 불안과 혼란, 그리고 묘한 유대감까지 전혀 다른 차원의 감정 연기를 성공적으로 펼쳐 보였습니다. 한 사람의 몸으로 두 개의 자아를 연기해야 했던 만큼,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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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조연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는데요.

  • 스티븐 연은 특유의 유쾌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 같은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영화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나오미 애키는 미키의 연인 나샤 역을 맡아 영화 속 감정선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극의 핵심적인 감정 줄다리기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섬세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 토니 콜렛과 마크 러팔로 역시 헐리우드 명배우다운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두 배우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몰입력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 걸출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부담이 되기도 했겠지만, 어쩌면 이들을 하나의 작품 안에서 조화롭게 이끄는 과정을 즐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봉준호식 결말, 이번에도 깊은 고민이 담겼을까?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색다른 여운을 남긴다는 점입니다.

이번 작품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만큼, 봉준호 감독이 완전히 새로운 결말을 구성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제약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연출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메시지를 부각하는 방향을 고민했을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늘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와 독창적인 결말을 중시하는 연출가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특정 장면이나 대사, 영화 음악까지 머릿속을 맴돌게 만들죠.

미키17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영화 속 메시지와 비주얼등이 계속해서 떠올랐는데요.

이번 미키17에서 봉준호 감독이 의도한 것은 사회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직접적인 메시지라기보다는, 현 사회의 구조를 고발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이를 무겁게 전달하는 대신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은 이번에도 관객들에게 “이건 정답이 아니라, 고민해볼 문제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봉준호식 SF, 기존과는 다른 결을 가진 영화

미키17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색이 밑바닥에 깔린 독창적인 SF 블랙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한국적 정서와 완전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의 배경이 영어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 선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SF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기존 SF와는 차별화된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미키17] 공식 한국 예고편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하지만 이 영화가 모든 관객에게 똑같은 칭찬일색은 아니었습니다. SF 영화에 익숙한 매니아층은 “정말 재미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반면 SF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전개가 늘어지는 느낌이다”, “세계관이 다소 복잡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키17극장에서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700억 원의 제작비가 만들어낸 거대한 스케일과 시각적 효과
단순한 SF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자아 성찰을 유도하는 영화

이 작품은 단순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우리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제시하는 하나의 인생 메뉴판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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